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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속죄기도를 위한 준비
속죄기도를 위한 준비
□ 먼저 생각해야 할 일□
낙태에 대하여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꺼리거나 회피하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낙태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낙태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이면 예외없이 가지는 감정이다. 잊으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다.
어느 날, 어느 부인에게 낙태에 관하여 몇 가지 물어 보았더니, 그 부인은 자신의 낙태 경험을 솔직히 말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낙태 경험 한 번도 없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물론 그 부인은 모든 여자들을 대상으로 낙태에 관한 설문 조사나 연구를 한 바 없지만, 스스럼없이 "낙태 경험 한 번도 없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하고 말했다. 그 말에 놀라면서도 이런 사실을 가볍게나마 부인하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도 솔직한 고백이 아닐 수 없었다. 기왕 말이 나왔으므로 낙태에 대하여 몇 가지 분명하게 밝혀 두고 싶다.
(가) 낙태는 큰 죄악이다. 태아를 죽이는 일, 이것은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살인죄이다. 태아가 하나의 인간으로 인정되고 있는 한, 낙태는 살인죄임이 틀림없다. 무죄한 태아 그리고 반항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의 태아를 죽이는 것은 참으로 큰 죄이다. 이 사실만은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진실이다.
(나) 낙태 -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여자를 생각하게 된다. 낙태죄를 여자에게만 덮어씌우려고 한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편벽이다. 낙태의 원인은 남자에게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 어느 편에 낙태의 죄 비중을 더 크게 두느냐 하는 문제는 경우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여기서 확실하게 밝혀야 할 일은, 낙태에 대한 죄책감을 여자만이 가져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낙태에 대한 죄의식이나 속죄의 자세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을 어떤 면으로든 강조하고 싶다.
(다) 낙태를 시키는 행위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적 이유, 육체적인 이유, 체면, 복수심, 염세적인 판단, 가족 관계의 문제, 직업적인 이유 등등 많은 복합적으로 얽힌 이유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떠한 이유라 하더라도 죄없고 여린 생명을 해칠 수 있다는 정당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낙태에 대한 죄의식도 가지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고해성사를 본 다음 큰 짐을 벗은 느낌도 들지만, 어떤 이는 고해성사 때 분명하게 죄고백을 하고 죄사함을 받았는데도 늘 찜찜하게 가책을 받고 있다. 일단 고해성사 보았으니 더 이상 괴로운 일을 생각하지 말자고 노력해도, 불쑥 생각 날 때는 무거운, 마음을 가눌 수 없게 된다. 마치 평생 짊어지고 있어야 할 귀찮은 물건처럼…….
(라) 낙태에 대한 죄책감에 짓눌리는 것은 누구든 원치 않는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원치 않는다. 말할 것도 없이, 하느님께서도 원치 않는다. 이미 범한 죄를 다시금 생각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다. 정신 건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육체적인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낙태에 대한 죄의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그 방법은 - 괴로운 일을 피할 것이 아니라 아예 겸허하게 받아들여 속죄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낙태로 죽은 아기의 영혼을 나의 자녀로 기꺼이 품에 안아야만 할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즉 기도뿐이다.
(마) 기도는 모든 근심의 약이다. 기도는 온갖 번뇌를 말끔히 씻어 주는 신비스러운 세척제이다. 참된 기도는 무엇인지, 기도를 가장 진실되이 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기도의 효험을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기도하는 법을 바르게 배운 다음, 어떤 특별한 지향을 두고 신실하게 기도를 바친다면 한없는 기쁨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 한마디로 기도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묘약이다.
낙태죄에 대한 잘못을 고해성사로 끝낼 수 있다. 진심으로 뉘우치면서 고백하고 죄사함을 받으면된다. 사제가 정해 준 보속을 한 번만 하기가 죄스러워 두 번 세 번 보속 기도를 했으니 그 이상 더 따질 일이 있겠는가? 물론 없다.
그러나 죽은 태아의 영혼 구령에 대한 문제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낙태죄에 대한 죄사함을 받았으니 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너무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행위가 아닐까? 낙태로 죽은 아기의 영혼구령을 생각해야 하는 여유를 가지기를 바란다.
□ 기도하기 전에 준비할 일□
① 지향을 분명하게 정한다. 먼저 죽은 태아의 영혼을 구원시키겠다는 의지와 결심을 지향으로 정하면서 아울러 자신의 잘못에 대한 속죄 지향도 곁들이도록 한다.
② 고해성사와 영성체로 속죄기도 준비를 한다. 고해성사와 미사, 영성체도 낙태아의 영혼을 위한다는 지향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③ 속죄기도의 일정을 잡는다. 계속 일곱 주간을 이어서 기도해도 되지만 띄워도 무방하다. 즉 일곱 주간의 속죄기도를 석 달이나 넉 달로 끝낼 수 있도록 계획하여도 좋다. 그러나 한 주간의 기도만은 주일부터 토요일까지 계속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④ 죽은 태아의 이름을 정한다. 기도 중에 아기의 이름을 늘 기억하여, 이름을 넣어 기도하기 바란다.
⑤ 자신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있어야 하며, 성찰 뒤에는 반드시 겸손된 마음으로 뉘우치고 속죄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⑥ 예로부터 구일기도나 특별 기도를 바칠 때 교회에서는 기도의 지향 안에 고신 극기나 희생 봉헌을 권장해 왔다. 이는 기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아주 적절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낙태아를 위한 속죄기도를 바치는 기간 중에, 날마다 또는 한 주간을 중심으로 한두 가지 극기나 희생을 바치기를 권고한다.
희생, 보속, 극기로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어려운 것도 있고 아주 간단한 것도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이나 건강을 보아 가능한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리한 욕심으로 아주 어려운 희생을 하겠다고 결심한 다음 실천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아주 간단한 것으로 결정하여 실천하는 것이 휠씬 지혜로운 일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하루 금욕, 평일 미사 참례, 고아원 방문, 양로운 방문, 가장 좋아하는 음식 안 먹기, 말을 적게 하는 것, 집안 대청소, 친지나 이웃 중의 병자 방문, 적당한 거리를 걸어가는 것,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일, 골목 청소, 평소 즐겨마시던 음료를 줄여 마시는 것 등등 우리 생활중에 흔히 할 수 있는 일을 한두 가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자신의 나쁜 습관을 고쳐나가는 극기도 매우 권장할 만한 것이다.
자연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실천사항을 택하여 희생으로 바친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자연환경의 개선이나 회복을 위하면서 희생도 하게 되니까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⑦ 속죄기도를 7주간 바치는 것은, 낙태아의 영혼을 자기 자녀로 되찾아오는 아주 중요하고 성스러운 일임을 깊이 의식하면서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속죄기도의 구성과 이용 방법□
속죄기도 시작하기 전날 기도는 토요일에 바치며, 그 다음 주일부터 날마다 이어지고 있는데, 일곱 주간 계속되고 있다.
일곱 주간을 계속하여 기도할 수 없을 때는 주간별로 나누어 해도 좋지만, 한 주간의 매일 기도를 나누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되도록 요일 순서대로 기도하기를 바란다.
한 주간 기도의 시작은 언제나 주일이다. 주일에 드리는 기도는 그 주간의 기도를 대표하는 중요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다른 어떤 기도보다 마음써 바쳐야 할 것이다.
일곱 주간 동안 이어지는 기도는 예수님의 구속 사업과 그 일생이 바탕으로 되어 있으며,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와 더불어 낙태된 아기의 영혼 구령에 대한 간청을 드려야 한다.
기도문은 어디까지나 참고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진실된 마음과 정성을 보태어 기도하기 바란다. 기도문의 낱말보다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묵상하면서 기도 드리기를 권고한다.
속죄기도를 하면서 복음 성경을 매일 읽는다면, 기도의 내용을 더 깊이 묵상할 수 있으며, 기도의 효과도 더 크게 얻으리라 믿는다.
이 기도책은 개인적인 기도를 위해 편집되었으므로 누구든지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단체적인 기도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주임 사제의 허락을 미리 받아야 함을 유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