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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
두려운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뜨는 아기가 죽어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생각하면 무섭다.
태아의 죽음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만큼 생각하고 있으며, 죽은 태아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얼마나 바치고 있는지, 모든 어른들은 깊이 반성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보다 오히려 남성들이 더 많이 뉘우치고 기도해야 한다.
죽음 저 너머 세상은 비밀에 가리어 이승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잠시라도 저승을 구경할 수 없다. 그저 어림잡아 상상하거나 가늠하기도 하며, 여러 형태의 이적들을 보고 들으면서 저승을 생각하기도 한다. 죽은 태아의 영혼은 틀림없이 저승 즉 저 세상에 가 있는데, 그들을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낙태아의 영혼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곧 기도이다. 참된 기도만이 저승의 문을 열 수 있다. 기도하는 마음은 이승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죽은 태아의 영혼은 엄마 아빠의 기도를 애절하게 원하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 애처롭게, 기도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기도는 낙태아의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주기 때문이다. 기도는 그 어린 영혼에게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 불쌍한 영혼에게 사랑과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죄책감 때문에 다시 생각하기 싫고, 괴로워서 잊으려고 하는 것은 우리들 마음이다. 죽은 태아의 영혼은 잠시라도 잊혀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즉 서로의 마음이 엇나가고 있는 데서 불행은 깊어진다. 지금 당장 겸허한 자세로 기도를 시작하기 바란다. 죽은 아기가 너무나 기뻐 껑충껑충 뛸 것이다.
오래도록 생각해 오다가, 막상 한 권의 책으로 낙태아들을 위한 기도를 엮으려니 무척 힘든다. 이만큼 힘드는 책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스민다.
죄인들의 피난처이신 성모님께 그리고 우리 나라의 모든 순교자들에게 이 부족한 책을 봉헌한다.
1988년 5월 7일
지은이 마리야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