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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위령탑(성모님의포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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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 둘. 토요일의 아기 - 라어너 헤론.mp3

 

 

 

둘. 토요일의 아기 - 라어너 헤론

 

난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내 몸 안에서 아기가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했고, 이렇게 멋진 남자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행복했다. 짐은 나를 부드럽게 껴안아주며 말했다.

"리아나, 우리에게 기쁘고 좋은 일이야. 이제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도록 하자."

당시 나는 열아홉 살이었고, 친구들과 함게 살고 있었다. 짐은 서른여섯 살로 이혼수속을 밟고 있던 차에 친구네 지하실 방으로 이사왔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만났다. 그는 나를 대단한 사람처럼 대해주었다. 자신을 늘 하찮게 여기던 나로서는 난생 처음 소중한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짐의 사랑과 태어날 아기로 인해 나는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이 되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짐은 아기에게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는 "임신한 게 분명해?" 하는 말을 자주 했다. 나는 그가 이런 물음을 던질 때 처음에는 무심했지만 이윽고 그가 아기를 원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아감이 밀려왔다.

짐은 내가 임신한 것이 분명해지자 드러내놓고 낙태를 권했다. 나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난 못해요. 난 가톨릭 신자라고요. 착실하게 성당에 다니는 사람은 혼전 관계도 하지 않아야 해요. 난 낙태는 할 수 없어요."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난 아직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아. 너도 엄마가 되기에는 너무어려. 우린 번듯한 집도 없잖아?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아이까지 매달고 고생하고 싶지는 않아."

지금까지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기뻐했던 환상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러나 난 낙태도 할 수 없지만 아빠 없는 아기는 낳을 수는 없었다. 난 그에게 애원했다.

"나도 돈을 벌겠어요. 당신에게 짐이 되지 하진 않겠어요. 제발, 낙태는 안 돼요."

그러나 짐은 완강했다. 나는 친구를 만나 의논해 보았으나 친구의 충고도 나를 실망시킬 뿐이었다.

"리아나, 낙태해. 짐의 말이 맞아. 아기는 젊은 네 인생을 망칠 뿐이야."

나는 너무나 답답했다. 아기를 살려야 했고, 짐도 잃어서는 안 되었다. 한참을 궁리하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의논해볼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어머니는 이런 문제로 나와 이야기를 나눌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 못 되었다.

"안 돼요. 난 할 수 없어요."

그러나 그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짐을 이겨낼 힘이 없었다. 짐을 따라 낙태 시술소로 갔을 때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곳 응접실의 다 낡아빠진 의자가 전부였다.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나는 혼자였다. 영원히 마취에서 깨어나지 말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비침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처음으로 잉태한 아기를 낙태시키고 말았다.

그날 밤 젖이 나왔다. 젖가슴이 너무 아파 "짐, 너무 아파요."하고 말했지만 그는 묵묵부잡으로 자동차만 소질하고 있었다.

그는 예전과 달랐다. 이런 표현 외에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잠을 깨니 나도 달라져 있었다. 어떤 것이 죽어없어져 있었다. 비단 아기만이 아니라 나의 일부분이 죽어버린 것이다. 측량할 길이 없는 허무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텅 비어 있었고 죽어 있었고 달라져 있었다.

몇 주일이 채 못 되어 짐은 다른 여자를 쫓아다녔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낙태를 강요당했고, 그런 다음에 버림받은 것이다.

 

내 인생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보면 나 자신을 '하찮은 인간'으로 여기게 된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머니를 탓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 결코 기뻐할 수 없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몇 달 전에 나의 언니가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을 가자면 허허벌판을 지나 3백 마일이나 가야 했다. 어머니는 언니가 살지 죽을 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러 날을 병원을 지키며 앉아 있었다. 내 위의 오빠도 아직 어린데다 내가 생겨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식구가 너무 많은 우리집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에도 언니는 아직 병원에 있었으므로 어머니가 병원에 가서 언니를 돌보는 동안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지곤 했다. 그래서 어머니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으나 아무튼 우리 사이에는 끈끈한 정을 주고받을 기회가 없었다. 나는 네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좀더 자라서도 어머니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지극히 사소한 부탁에도 어머니는 매정하기만 했다.

"제발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이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지 않도록 해주세요. 난 온종일 교복만 입고 지낸데다 다른 아이들처럼 입고 싶다고요, 제발요."

"리아나, 넌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니? 얼른 내가 시킨 대로 해."

어머니는 내가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늘 언니의 헌 옷을 물려 입어야 하는 내 비참한 마음을 모른 척하는 어머니에게서 내 마음도 멀어졌다. 아홉 살 때 오빠가 성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지만 나는 어머니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어머니에게 어떻게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어디론가로 달아나서 내 안에 움츠리고 있는 진짜 내 모습대로 살고 싶었다. 나의 진짜 모습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친절했으며, 하느님을 사랑했고 늘 기분에게 사랑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런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식은 나말고도 다섯이나 되었고, 어머니는 빈혈로 늘 기운이 없는데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제일 많이 거들어야 했다.

"엄마, 부엌을 다 치웠어요. 놀러 나가도 돼요?"

"얼른 빨랫감들을 모으고 우유병 을 준비해라."

"다 했어요. 이젠 놀러 가도 돼요?"

"먼저 쓰레기를 버리고 마루를 청소해라."

"이제는 놀러 가도 되지요?"

나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놀고도 싶었다.

"리아나, 왜 이렇게 귀찮게 구니? 정신 좀 차려라."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망나니 오빠에게 순결을 잃고 만 것이다. 너무나 수치스럽고 화가 났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뒤 내가 아기를 보아주고 있는 집안 친척에게 또 당했다. 질이 안 좋은 그 남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그것을 원했노라고 떠벌리고 다녔다. 그러자 누군가가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려바쳤다.

"리아나,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니?"

나는 어머니에게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난 큰소리로  속시원하게 외치고 싶었다. '엄마, 난 겁탈당했어요. 그와 놀아난게 아니에요. 난 그전에도 겁탈당했다구요.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그 귀한 아들 레로이가 나에게 그런 몹쓸 짓을 했어요. 엄마, 제발 도와주세요.'

그러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멍청하게 부엌 바닥만 내려다보면 서 있었다.

"리아나, 너는 내 수치덩어리야. 정말 창피해서 못살겠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나는 집을 떠났고, 짐을 만났던 것이다.

 

낙태한 후에 나는 고백성사를 받고 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젊은 사제는 죄를 사면해주면서 빙긋이 웃었다. 정말 끔찍스러웠다. 인생의 어둠이 어떤 것인지 알 리가 없는 그 사제의 웃음은 마치 경멸에 찬 욕설처럼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고해실을 나오면서 나는 더 슬퍼졌다. 결국 난 용서를 받을 수도 없다는 말인가?

그뒤 나는 댄스홀에서, 술집에서, 직장에서 만난 남자들과 어울렸으며, 독신이나 유부남이거나 가리지 않았다. 그들과 어울림으로써 죽어 있는 기분이 덜 들고 삶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줄어들었다.

양심도 없어졌다. 결혼생활이 더없이 순탄하던 남자가 나와 어울림으로써 가정 파탄을 맞기도 했으나 나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이런 나의 행위는 고해 사제가 내게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한 것이나 다름없는 말 - 너는 정말 무용지물이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그 말 -에 대한 나의 보복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미사에 참석했으며 날마다 기도를 바쳤다. 짙은 먹구름이 내 인생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지만 그 먹구름 속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과 그분이 내 인생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윽고 스물한 살이 되었을 때 나의 관심은 레오라는 서른한살의 남자에게 쏠리고 있었다. 그는 다른 고장에서 왔는데 여자들 근처를 얼쩡거리는 일도 없었고 직장에서 여자들이 데이트를 신청해도 결코 응하지 않았다. 나는 온갖 방법을 다해서 그 남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어느날 그가 내 작업대 앞에 가까이 서서 말했다.

"리아나, 난 당신에게 신세를 졌어요. 그러니 신세를 갚아야겠는데 함께 영화 보러 가지 않겠소?"

그날 밤 영화구경이 끝난 다음 우리는 함께 밤을 지냈고, 내게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의당 거치는 절차에 지나지 않았으나 레오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레오는 그 다음부터 더 친근한 태도를 보였고, 우리 사이에 뜨거운 감정이 일기 시작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나와 취미가 같아서 함게 어울려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등산을 가고 야영을 하고 자연공부를 하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였다. 레오는 여자들을 보는 시각이 괴상했다. 여자는 열등한 존재요, 남자의 소유물에 불과하다는 그런 식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레오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구타하기 일쑤였고 그래서 레오는 그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절에 그는 너그럽고 친절했으므로 우리는 늘 사이가 좋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임신했음을 알았다. 그러나 첫 번째 임신 때 느꼈던 흥분이 이번에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레오는 낙태하기를 원했지만, 나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넌 반드시 낙태해야 돼."

"안 돼요, 난 당신 아이를 가졌어요."

"아기가 아냐. 작은 조직 덩어리일 뿐이야."

"절대 안 돼요."

"넌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니? 결정은 남자인 내가 하는 거야."

친절하고 너그러운 레오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절대권을 행사하려 들었다.

"난 낙태하라고 말했어. 내 가족들이 창피해할 거야."

나는 그와 맞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담당의사를 찾았더니 낙태하는 도리밖에 없겠다고 말하면서 자기 병원에서 시술할 시간을 정해주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레오에게 말했다. "낙태시술 일정이 잡혔어요." 그 말을 듣고서야 그는 친절해졌다. 그의 친절한 태도를 다시 보게 되니 나도 안심이 되었다.

두 번째의 낙태수술은 더 간단했다. 그것은 성관계를 갖는 것이나 같았다. 나는 무심한 기분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어서 끝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병원을 떠날 때는 내가 두 번째로 잉태한 아기를 죽였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그 순간부터 레오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몸에 닿기라도 하면 배가 아파오고 소름이 끼쳤다. 우리는 1년가량 함게 살기는 했지만 방을 따로 썼다.

낙태하고 난 뒤로 나는 비탄에 잠겼다. 또다시 끔찍하고 부끄러운 고백성사를 받아야 했다. 사제는 내게 사죄경만을 염해줬을 뿐 아무 조언도 주지 않았다. 나는 더욱 비참한 기분으로 고백실을 나서야 했다. 나에게는 어떤 방법으로든 내가 용서받았다고 느끼도록 도와줄 신부가 필요했다.

결국 레오와의 사이가 깨어졌을 때 나는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마치 맑은 공기를 다시 들이마실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할 이야기가 있어."

"난 더 이상 할말이 없어요."

"제발. 꼭 해야 해. 리아나, 그 동안 줄곧 네 생각만 했어. 그러니 제발."

나는 또다시 그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었는데... ... ...

우리는 좋아하던 등산장소로 가서 온종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레오는 나에게 결혼을 신청했고 이제는 달라졌으리라는 전제하에 늘 하느님을 가까이 모시고 사는 가정을 갖고 싶어했던 나의 꿈이 실현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나는 결혼을 한다는 것이 기쁘지 않았다. 레오에게 좀더 잘 생각해보자고 했지만 그는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나는 결혼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시 임신을 하고 말았다.

우리는 결혼을 앞두고 '혼인교실'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 한주간은 내 평생 최악의 나날이었다. 레오와 나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의견이 낮지 않았고 목표도 너무 달랐다. 그러나 우리는 6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하자 나자 레오의 참 모습이 들어났다. 나는 마침 학대를 받고 싶어 레오와 결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혹시 내가 너무 죄많은 끔찍스런 인간이라서 이런 학대를 받아야 마땅한 것이었을까? 그후 10년의 세월은 끝없이 이어지는 징벌 그것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나는 심한 정신적 불안에 떨어야 했다. 마치 분쇄기 하나가 몸속에서 나를 으깨면서 죽이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삶이 엉망진창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했다. 정신병원에 찾아갈 생각을 해야 할 정도로 나는 정서가 불안했다. 부엌일을 하면서는 손을 자주 베고, 운전할 대는 고속도로 분리대에다 차를 들이받으려 덤비는 자신을 가까스로 달래야 했고, 쓰레기 분쇄기에 다가갈 때는 분쇄기에 손을 밀어넣어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

레오와의 사이에 세 아이가 태어났지만, 나는 그들을 한번도 다정하게 안아주지 않았다. 늘 바쁜 체하면서 아이들을 피했다.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죽였던 아이들이 떠올라서 그랬던 것일까? 정말 나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우리 가족은 세 개의 섬과 같았다. 여기는 내가, 저기는 아이들이, 그리고 또 다른 곳에는 우리와 담을 쌓고 말도 하지 않고 식사도 따로 하는 레오가 있었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내 인생에서 유일한 빛은 하느님을 향한 열망밖에 없었다. 나는 틈만 나면 '고백성사'를 받으러 갔다. 이유는 성체를 영할 수 있을 만큼 용서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두 차례 낙태한 사실을 고백하고 나서 두세주일만 지나면 나는 전처럼 다시 더러워진 느낌이었다. 내게 유일한 힘은 영성체였다. 나는 다시 고백성사를 받으면서 그 사악한 비밀을 새롭게 고백하여 나 자신을 씻어내고 영성체를 하곤했다. 그것이 잘하는 짓인지 아닌지 생각해볼 힘도 없었다.

아이들도 종교교육을 잘 받게 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집에서 기도하는 꼴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들 레오가 묻곤 했다.

"엄마, 어째서 우린 아빠 몰래 숨어서 기도해야 하는 거예요?"

"우린 그렇게 해야 한단다." 내가 들려줄 수 있는 대답은 이것이 전부였다. 남편 레오를 거역했다가는 식구 모두가 온전하지 못했다. 바라고 바라던 행복한 가정은 먹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오 하느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나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며 주님께 손을 내밀었다.

 

도우심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사순절 첫째 주간이었다. 아이들이 잠든 다음에 나는 남편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돼요?"

나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나 임신했어요."

순간 남편은 책상을 내려쳤다.

'아이는 더 이상 안 돼. 내 돈벌이 가지고는 아이를 더 키울 수가 없어. 지금도 너무 벅차. 그러니 낙태시켜버려."

"안 돼요."

"낙태시키든지 그게 싫으면 나하고 이혼하자고, 이혼해도 당신한텐 동전 한 닢도 주지 않을 거야. 당신은 집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겠지."

"낙태는 안 돼요."

"나는 확실하게 말했으니까 잘 생각해봐. 당신은 길거리로 나앉게 될 거야."

"여보..."

그는 나를 내쫓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내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레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임신한 몸으로 레오에게 쫓겨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레오는 날마다 낙태를 하라고 윽박질렀다. 이런 경우, 전에는 친구나 의사를 찾아 다녔지만 이번에는 하느니께 매달렸다. 나는 침대 머리맡에 꿇어앉았다. '오, 사랑하는 하느님. 나 비록 죄인이지만 당신이 필요합니다. 제가 당신 뜻을 따르도록 도와주십시오. 내 아기를 살해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기도 덕분이었을까? 나의 신앙은 갈수록 강해졌고 나의 결심도 그만큼 굳어졌다.

레오가 화를 내며 펄펄 뛸 때마다 옳은 일을 위해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레오는 나를 협박했지만 하느님은 당신이 나를 떠나거나 저버리는 일이 없을 것임을 거듭 알려주셨으므로 나는 겁나지 않았다. 나는 복되신 마리아에게도 청을 드렸다. 이제 내 아기는 절대로 낙태시킬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적당히 타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며느이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이혼은 하지 않겠어. 그러나 지금부터 당신이 필요한 물건은 당신의 돈으로 사. 절대로 내가 돈을 내는 일은 없을 거야."

이 정도의 조건도 나에게는 숨을 돌리게 해주는 것이었다.

임신 6개월 만에 아기는 자연유산되었다. 나는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생명을 보호하는 그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하느님께 자녀들과 나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다시 한번 간청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느님은 내게 선물을 보내주셨다. 조지프라는 이름의 친절하고 성스러운 신부는 바로 하느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었다. 그분은 주일마다 짬을 내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그 신부와의 대화는 나에게는 이제껏 없었던 지극히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그는 나와 함께 기도를 바쳐주었고, 나는 그에게 숨김없이 모든 걸 털어놓았다.(고백성사 때 외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낙태 사실만을 제외한채.)

그의 우정만큼 나에게 보람과 힘을 준 것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것은 내가 당하는 고통을 염려해주는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런지 낙태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숨긴 일로 인해 갈수록 마음이  심란했다. 나는 나자신을 타이르곤 했다. '넌 그분한테 말씀 드릴 필요가 있어.'

그러나 그가 그 사실을 안다면 나를 경멸하게 될 것이 뻔했으므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네가 정직하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치유는 불가능하다.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놓아라.'

나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편지를 쓰기로 했다. 편지를 쓰려고 하니 먼저 울음부터 나왔고, 마침내 울음이 걷잡을 수 없는 통곡으로 변했다. 죽은 내 아기들을 위해 이토록 울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음이 가라앉자 겨우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친해하는 조지프 신부님께

이 편지는 제 평생에 있어 가장 쓰기 힘든 편지입니다. 저는 신부님께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을 모두 말씀드렸지만 한 가지 빼놓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온전히 치유되자면 정직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지 않습니다. 이 글을 받아보고 나서 신부님이 저를 싫어하신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열아홉 살에 첫 번의 낙태수술을 했습니다. 낙태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기의 생명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니 빼앗았습니다. '알아들으시겠습니까? 저는 아이들의 생명을 갈취했습니다.' 물론 원해서 한 것은 아니지만 이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제 자신이 너무나 밉습니다. 신부님이 이편지를 받고 다시는 저를 상대하지 않으신다고 해도 저는 신부님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멀리서 인사드리며

                                                                                  리아나 올림

 

나는 우체통을 향해 가면서도 편지를 부치지 않을 핑계가 없을까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최악의 사태를 두려워하며 사흘 동안 숨을 죽이고 지냈다. 그리고 우편함에 신부로부터 온 편지를 발견했을 때 양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친애하는 리아나에게

당신의 편지를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간단히 몇 자 적습니다. 아무쪼록 나와 다시 만나기 전에 이 글이 당신의 손에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당신이 그 동안이라도 긴장하지 않고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드릴 말씀은 첫째, 당신의 삶을 나에게 나누어주어 감사합니다. 그건 참으로 용기 있는 일이었습니다 .둘째, 나는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셋째,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며, 잘못된 길로 빠져들거나 나쁜 짓을 저지르기 마련입니다. 넷째,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매질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일을 저지르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그런 다음에 우리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것이 잘 되기를 기원하며

                                                                              조지프 드림

 

나는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껴 울었다. '하느님, 조지프 신부님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토록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신부가 나를 이토록 너그럽게 받아들여준 덕분에 내 인생 전체가 완전히 새로워진 느낌이었다. 나는 치유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것은 진정 짜릿하고 경이로운 느낌이었다.

신부님은 나와 함께 기도를 바쳐주셨다.

"아버지, 이 순간 리아나에게 힘을 주시고 그의 한평생을 치유하소서."

그분의 격려 덕분에 나는 하느님의 용서를 묵상하면서 이제야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숨겨진 비밀을 털어놓으니 도움을 받아들일 자세도 갖게 되었다. 나는 낙태 이후에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프로테스탄트 교회 모임 '열린 품안(Open Arms)'에 참가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만 미친 짓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정신착란에 가까운 기분과 행동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 모임이 끝난 뒤로 나는 어렸을 때 알코올 중독환자 가정에서 자라 어른이 된 이들과, 어렸을 때 성희롱을 당한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3주일 연수회에 참가했다. 이번에 함께하는 이들은 가톨릭인들이었다. 이전에 프로테스탄트 교회 여성들과 함께한 체험도 훌륭했지만, 가톨릭 교회의 유대감이 주는 평안함은 또 달랐다. 미사와 성체성사로 일치된 우리는 훨씬 더 가깝고 훨씬 더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점점 자신이 좋아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를 에워싸고 있던 먹구름이 이전처럼 농밀하지 않고 많이 묽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자아가 봄을 맞고 있다는 느낌은 물론 부활을 체험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나는 조지프 신부의 사무실에 앉아 그가 내게 불어넣준 용기와 격려와 믿음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주었던가를 설명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신부님 덕분에 나 자신을 믿게 되었어요. 예수님의 사진도 죄책감에 사로잡혀 쳐다보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저주받았다는 기분에 빠져들지 않고 성서를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말씀 안에서 얼마나 큰 사랑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이 나에게 질러대던 고함소리는 이제 뚝 그쳤답니다."

신부는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들여주었다.

"리아나, 하느님은 당신이 잉태되기 전부터 당신을 위해 특별한 계획을 세워두고 계셨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일생을 살면서 어떤 사명을 통해 그분을 섬기며, 도중에 누구를 만나고, 당신이 사명을 실현하도록 도와줄 사람은 누구인지 다 알고 계셨던 겁니다."

그 말은 줄곧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믿었던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주는 것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몇 달 동안을 눈물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마침내 조지프 신부가 들려준, '내가 하느님의 특별한 자녀'라는 그 말씀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일기장에다 '나는 특별하다. 하느님은 결코 쓰레기를 창조하지 않으신다.'라고 썼다.

조지프 신부는 나에게 미사의 의미를 좀더 깊이 통찰하고 그힘과 치유효과를 깨닫도록 이끌어주었다. 미사에서 특별히 나를 향해 이야기하는 말씀이 셋 있었다.

'주님이시여,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습니다.' 이는 생명을 주시는 분께서는 내가 죽음 속에서 살아가기를 원치 않으신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천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천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이는 나의 죄를 없애주신 예수께서 나를 불쌍히 여겨 내 마음에 평화를 주시리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주여, 내 안에 주를 모시기에는 합당치 못하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내가 비록 그분을 받아모실 자격이 없지만 내가 그 오랜 세월 동안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용서를 받아들이기로 작정했을 때 나는 치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참여하는 미사 덕분에 나는 급속도로 변화되어 갔고, 하느님과 생명과 나 자신에 대한 사랑도 하루가 다르게 깊어만 갔다. 나는 자신과 아이들에게 냉정하게 대하던 태도에서도 점점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어갔다. 레오와 나는 이혼함으로써 혼인 자체를 없었던 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나와 아이들을 존중하고 가톨릭 신자 가정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남자와 재혼했다.

지금 나는 아이들 덕분에 어린 시절을 다시 되살려 가고 있다. 아이의 재롱이 그렇게 귀엽고 신기하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지내왔다. 이제는 나도 아이들을 껴안고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우리는 걸핏하면 '느낌이 있는 다과회'를 열어 차와 과자 또는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각자의 느낌을 털어놓는다. 나는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늘 재확인하고 있다.

나와 삶은 나날이 나를 치유해주시는 예수와 더욱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분은 나를 에워싼 먹구름을 완전히 걷어내셨고 내게 새로운 삶까지 주셨다. 내 마음은 성체성사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다. 예수께서 나를 복된 성사 안에 계시는 당신께로 잡아끄는 힘이 날로 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복되신 어머니가 내 주 예수께 나누어준 생명을 관상하다 보니 마리아께 대한 나의 사랑도 한결 커지고 있다. 나는 이제 거룩한 신자로서 예수께 맞갖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이 생활이 가능한 것은 예수께서 나를 사랑하시며 따라서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믿음은 나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의혹을 제거하기에 충분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나는 엄연히 '대단한 존재'이며, 하느님은 나의 삶을 위해 놀라운 계획을 세워두고 계시는 것이다.

 

* 편집자 주 : 리아나 헤론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은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본당에서 낙태로 인한 고통을 치유받고자 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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