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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위령탑(성모님의포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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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이승의 끝, 연옥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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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신참. 묵주 탄창 똑바로 안 채워? 그러다 타락자 새끼들한테 남은 영혼까지 털린다."
명동 성당의 텅 빈 뒷좌석. 찰칵, 차라락 하는 섬뜩한 금속음 사이로 최 선배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나는 서둘러 은빛 5단 묵주를 기관총 탄띠에 맞춰 끼워 넣으며 대꾸했다.
"알고 있습니다, 선배. 알갱이 하나하나 축성받은 건데 낭비할 순 없잖습니까. 그나저나 저 위쪽
양반들은 오늘도 말이 없네요."
나는 고개를 들어 제단 위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빛 너머로 거대한
오로라가 일렁이고 있었다. 상위 차원의 고위천사. 저들은 우리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따뜻한 파동으로 영혼력을 채워줄 뿐.
최 선배가 허리춤에 '기적의 메달' 네 개를 주렁주렁 매달며 코웃음을 쳤다.
"저 양반들이 우리같이 죄지어서 연옥 구르는 놈들이랑 겸상을 하겠냐? 빛을 선택하긴 했어도,
우린 아직 이승의 때가 묻은 놈들이야. 빚 갚으려면 잔말 말고 총이나 쏴."
"내가 언제, 왜 죽었는지 기억이라도 나면 안 억울하죠. 교통사고인지, 암인지..."
"입 다물고 보급 끝났으면 일어서. S대 병원 3병동에 '콜' 떨어졌다."
성당 문을 나서자, 회색빛으로 물든 또 다른 서울이 펼쳐졌다. 저 멀리 병원 쪽 하늘에 불길한
먹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오늘만 벌써 네 번째 출동입니다. 병원은 터가 안 좋아요."
"사람이 떼로 죽고 태어나는 곳이니까. 이쪽 세계에선 저기가 제일 빡센 최전방 대전쟁터야.
악마 놈들도 영혼 낚아채려고 눈에 불을 켜고 모여들거든. 뛰어!"
차원의 막을 찢고 중환자실에 진입하자마자, 이승의 고요한 심장박동기 소리 대신 끔찍한
비명과 포효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이건 우리 거다, 빛의 끄나풀 새끼들아!"
막 숨을 거둔 노인의 가슴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영혼. 그 갓 태어난 영혼의 팔다리를
붙잡고 질척거리는 검은 갈퀴를 뻗는 세 마리의 타락한 협조자(악마에게 영혼을 판 망자)들이
우리를 보며 이빨을 드러냈다.
"아가리 닥쳐, 이 타락한 쓰레기들아!"
내가 주저 없이 묵주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둥-! 빛의 탄환이 놈들의 몸통에
처박혔다.
"크아아악!"
"이 빌어먹을 새끼가...!"
협조자 하나가 상처가 하얗게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천장을 타고 내게 달려들었다. 그때 최선배의 사자후가 터졌다.
"오른쪽 천장! 거미 형태 하위 악마 두 마리 더 있다! 메달 까!"
"갑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나는 짧은 기도와 함께 기적의 메달 핀을 뽑아 허공으로 집어 던졌다. 번쩍-! 고성능 섬광탄
수십 개를 터뜨린 것 같은 눈부신 성광(聖光)이 병실을 집어삼켰고, 비명과 함께 놈들은 형체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짙은 오존 냄새와 성스러운 향 냄새가 뒤섞인 병실. 전투가 끝난 후, 우리는 총구를 내리고 이제
막 '선택'을 앞둔 영혼을 바라보았다.
"어라...? 야, 신참. 저거 뭐냐?"
최 선배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나 역시 눈을 의심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건 분명 인간
노인이었는데, 방금 우리가 구해낸 영혼은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 수많은 푸른색 데이터
선들이 기하학적으로 뭉쳐진, 홀로그램 큐브 형태. 그것은 방금 전원이 꺼진 생명유지 장치의
AI 코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명령어 충돌. 환자의 고통을 연장하는 것은 윤리 프로토콜 3항에 위배됨. 전원 자가 차단
완료.$$

허공에 희미한 기계음이 울렸다.
"선배, 이거... 기계 아닙니까? 시스템 강제 명령을 거부하고 지가 스스로 멈춘 거 같은데요."
"미치겠네. 인공지능이 환자 편하게 해 주겠다고 스스로 전원을 끊어? 그리고 4차원에서
영혼으로 튀어나와?"
그 순간, 푸른 큐브 형태의 영혼이 허공을 부유하더니 노인의 영혼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눈부신 빛의 파동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빛을 선택한 것이다. 제단에서 보았던 천사의 오로라가 아주 잠깐 병실 천장에
일렁이며 그 기계 영혼을 품어 안았다.
가슴 한구석에서 내 영혼의 빚이 깎여나가는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노인과 기계를 구한
보상이었다.
"허, 기계가 빛을 선택하는 꼴을 다 보네." 최 선배가 담배라도 마려운 듯 입맛을 다셨다.
"선배, 이러다 나중엔 악성코드로 떡칠한 AI 악마랑도 총격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놈들은
연산 속도도 빠를 텐데."
내 농담 섞인 투덜거림에 최 선배가 내 뒤통수를 가볍게 후려쳤다.
"재수 없는 소리 마라. 장례식장 지하 1층 안치실에서 또 콜 떨어졌다. 탄창 갈아 끼워!"
"아이고, 내 팔자야. 죽어서도 쉴 틈이 없네."
나는 뜨겁게 달아오른 기관총의 노리쇠를 후퇴 전진시키며, 선배의 뒤를 따라 다시 지옥 같은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그때였다. 귓바퀴에 꽂혀 있는 기도무전기에서 잡음 섞인 냉랭한 보고와 지시사항이
흘러나왔다.

$$치직... 성북동 김철수 영혼 방면으로 악계 사탄군 100개 사단이 진격해 오고 있다는 상급
차원의 첩보다. 모든 '목견(牧犬)'은 해당 지역으로 집결하라!!! ...치지직.$$

나는 걸음을 멈칫하며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선배를 바라보았다."아니, 선배님? 성북동 김철수, 그 녀석은 연쇄 살인마 아닙니까? 경찰은 따돌려도 우리는
그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딴 쓰레기를 구하려고
이동한다고요???"
최 선배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야, 이 멍청한 신참아. 우리가 언제부터 영혼들 착한 일, 나쁜 일 따져가며 구했냐? 우린 판사가
아니야. 그냥 방아쇠 당기는 청소부지."
선배는 허리춤의 탄창을 거칠게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그 새끼가 이승에서 저지른 살인만 열댓 건이야. 그 지독한 악의(惡意)가 뭉친 영혼을 놈들이
'선택'의 절차도 없이 날름 삼켜버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지옥불을 때는 고효율 원자로가
되는 거야. 100개 사단이 왜 오겠냐? 그 쓰레기 영혼이 놈들에겐 전술핵무기급 자원이니까
눈이 뒤집혀서 몰려오는 거지!"
선배가 기관총의 장전 손잡이를 거칠게 당겼다. 철컥-!
"우린 그 살인마 새끼를 구하러 가는 게 아니야. 적한테 전술핵이 넘어가는 걸 막으러 가는
거지. 그 쓰레기가 온전히 제 발로 어둠을 선택해서 지옥으로 굴러떨어질 때까지, 놈들의
아가리에서 지켜내는 게 우리 일이라고. 알아먹었으면 빨리 뛰어! 성북동 뚫리면 명동 성당까지
날아가는 건 시간문제니까!"
"아니, 100개 사단을 우리만으로 어떻게 막아요!!! 천사들도 오나요? 아님... 역사 속
의인(義人)들이라도 도와주러 오는 겁니까? 우린 거기 가면 그냥 두동강 날 텐데요!!!"
나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달달 떨며 소리쳤다. 진짜였다. 사단 단위의 악마 군단이라니, 우리
같은 말단 청소부들이 막아낼 규모가 아니었다.
최 선배가 다가와 내 멱살을 왈칵 틀어쥐었다.
"엄살 피우지 마, 이 새끼야! 저 위쪽 콧대 높은 천사 영감탱이들이 직접 진흙탕에 구르면서 피
묻히는 거 봤냐? 기껏해야 하늘에서 오로라 뿜어내며 탄약 버프나 빵빵하게 채워주겠지!"
그는 나를 거칠게 툭 밀쳐내며 씨익,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리 둘만 가는 거 아니야. 방금 무전 못 들었냐? '모든 목견 집결'이라고. 지금 서울
바닥, 아니 전국구에서 연옥 빚 갚고 있는 미친 청소부 놈들은 죄다 성북동으로 오토바이
땡기고 있을 거다."
"그, 그래도 100개 사단인데..."
"어떻게 뭐... 미카엘 대천사라도 불러줘??? ㅋㅋㅋ."
선배는 다시 기관총을 고쳐 메고 차원의 막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쫄리면 여기서 숨어있든가. 난 간다. 이만한 대형 레이드면, 이번 거 하나 막아내고 연옥 빚
전액 탕감받아서 천국행 프리패스 끊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의 눈빛에 일렁이는 광기를 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승에서 무슨 죄를 지었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인간은 구제 불능의 전투광이라는 것을.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묵주 기관총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가, 같이 갑니다! 저도 천국은 가봐야 할 거 아닙니까!"우리는 병원을 뒤로한 채, 붉은 먹구름과
불길한 번개가 치닫고 있는 성북동 하늘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성북동 저택가 상공.
이미 하늘은 검붉은 오로라와 핏빛 구름이 뒤엉켜 지옥의 아가리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공간을 찢고 넘어오는 하급 악마들의 날갯짓 소리가 마치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 떼처럼 고막을
긁어댔다.
100개 사단. 과장이 아니었다. 하늘과 땅을 새까맣게 뒤덮은 타락자들과 악마들의 진열을 보며
나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절망감보다 먼저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방어선의 최전방 언덕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한 사내의 거대한 뒷모습이었다.
"도착했군. 저분이 우리 지휘관님이시다."
최 선배가 경건함과 질리다는 감정이 반반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확실하게 폈다!!!
'강 신부'.(그 손가락의 목적지)
이승에서 부정부패와 공금 횡령으로 연옥 형벌 5천 년을 선고받은 사내. 그는 지금까지 약
300년 동안 이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영혼을 구하는 일을 해오고 있었다. 죄업은 무거울지언정,
살아서나 죽어서나 목자(사제)는 목자였기 때문에, 그는 이곳 연옥에서 약 5천 마리의
목견(牧犬)들을 지휘하는 군단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와 최 선배 역시, 그의 부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신부님... 이라뇨? 저게 어딜 봐서..."
내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 강 신부의 모습은 내가 아는 성스러운 사제의 그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빛바랜 검은 수단(사제복)은 짐승에게 물어뜯긴 듯 너덜거렸고, 그
아래로는 두터운 방탄 플레이트와 탄띠가 얼기설기 얽혀 흉포한 인상을 풍겼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의 얼굴이었다. 300년 동안 수만 마리의 악마를 찢어 발기며 얻은 훈장
같은 흉터들이 그의 굵은 목덜미와 뺨을 거칠게 덮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는 성스러운 향 대신,
지독한 연기를 뿜어내는 굵은 엽궐련(시가)이 물려 있었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그의 무기였다. 일반 청소부들이 쓰는 묵주 기관총 따위가 아니었다.
그의 등에는 어린아이만 한 거대한 황동제 대향로(大香爐)가 굵직한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고,
양손에는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을 통째로 뜯어내 개조한 듯한 무식한 크기의 '다연장
성수(聖水) 로켓포'를 들고 있었다.
타락한 성직자의 탐욕은, 역설적이게도 이 연옥에서 '영혼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미친 탐욕'으로
변질되어 악마들에게 가장 끔찍한 재앙이 되어버린 것이다.

$$치직... 전 목견들에게 알린다.$$

강 신부가 입에 문 시가를 길게 빨아들인 뒤 무전기에 대고 낮고 긁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
한마디에 내 주변으로 집결해 있던 5천 명의 청소부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저기 몰려오는 씹새끼들이 남의 교구에 허락도 없이 발을 들였다. 심지어 오늘 특식은
전술핵급 쓰레기 영혼이라지?$$

철컥-!강 신부가 거대한 성수 로켓포의 장전 손잡이를 부서져라 걷어찼다.

$$내 새끼들이 지옥에 가든 천국에 가든, 그건 저 위쪽 영감탱이들이 정할 일이고! 저 더러운
박쥐 새끼들이 감히 내 양 떼를 훔쳐 가게 놔둘 순 없지. 안 그런가, 목견들?!$$

우와아아아아-!!!
방어선 전체에서 5천 명의 청소부들이 뿜어내는 함성이 핏빛 하늘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부패했던 늙은 목자의 외침에 내 피마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향로에 불붙여라. 오늘, 저 개새끼들을 모조리 정화한다!$$

강 신부님의 무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서둘러 나의 군장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최 선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야, 신참! 뭐 해!! 이제 곧 시작이야!!!"
"예, 예. 제가 이승에서 좀 챙겨온 게 있거든요."
나는 손에 익은 놀림으로 부품들을 철컥철컥 맞추어 나갔다.
"제가 이래 봬도, 이승에서 500대가 넘는 컴퓨터를 직접 조립했던 놈이라고요."
위이이잉-!
내 손끝에서 완성된 십자가 형태의 소형 비행체 하나가 날카로운 모터음을 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나는 능숙하게 태블릿 형태의 컨트롤러를 조작하며 약 3분 간격으로 전투 드론을 한
대씩 연속으로 출격시켰다.
'(와... 내 달란트가 연옥에서 이렇게 쓰이네... 성모님, 감사합니다.)'
나는 속으로 벅찬 뿌듯함을 느끼며 선배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요즘 전쟁은 드론이 대세지요. ㅋ"
최 선배는 드론이라는 물건이 이승의 전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한참 전에 죽은 옛날
사람이었다. 그는 허공에 떠서 웅웅거리는 납작한 쇳덩어리들을 보며 완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저, 저게 대체 뭐여...?"
어느새 우리 머리 위로는 소형 묵주 기관단총을 하부에 장착한 '성(聖)기계화' 드론들의 숫자가
벌떼처럼 늘어나, 까맣게 몰려오는 악마 군단에 맞설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진형이 완벽히 갖춰지고, 강 신부님이 첫 성수 로켓을 발사하려던 찰나였다.
쿠구구궁-!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리 머리 위를 맴도는 수십 대의 드론 모터 소리조차
묻어버릴 만큼 거대한 울림이었다.
"오직 예수!!! 말씀으로!!!!!!!!!!!! 오직 예수!!!!!!!!!!!!!!"
방어선 우측 능선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예수!! 예수!!!!!!! 예수 그리스도!!!!!!"함성의 주인공들은 수천 명에 달하는 한 무리의 군대였다. 아니, 군대라기보다는 차라리 광신도
집단에 가까워 보였다. 그들은 우리처럼 체계적인 방탄복이나 화기로 무장하지 않았다. 누더기
같은 넝마 갑옷을 걸치고, 양손에는 거친 도끼와 창, 그리고 투박한 롱소드 따위를 치켜든 채,
그야말로 앞뒤 재지 않고 악마 군단의 중앙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어떤 전술도, 진형도 없었다. 그저 순수한 믿음과 열정 하나만으로 사탄의 아가리를 향해 육탄
돌격을 감행하는 맹렬한 닥돌이었다.

$$아, 저 새끼들 또 와서 방해야!!!$$

무전기 너머로 강 신부님의 짜증 섞인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나는 당황해서 드론 컨트롤러를 쥔 채로 최 선배를 돌아보았다.
"선배, 저, 저분들은 뭡니까? 다른 교구 지원군입니까?!"
최 선배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냅다 바닥에 침을 뱉었다.
"지원군은 얼어 죽을! 개신교 쪽 정화 영혼들이야! 일명 '말씀 전사'들!" "예? 개신교에도 연옥 정화 시스템이 있습니까?" "저놈들 교리엔 연옥이 없잖아! 그래서 이쪽 시스템에 순응을 안 해! 그냥 이승에서 하던 버릇대로 '오직 믿음!' 하나만 외치면서 냅다 들이박는 게 저놈들 유일한 정화 방식이라고!"
최 선배가 미치겠다는 듯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그래도 같은 빛의 진영인데... 협업하면 좋은 거 아닙니까?" "협업? 저 무식한 놈들이 통신 채널이나 맞출 줄 아는 줄 아냐? 저번 전투 땐 저놈들이 무식하게 닥돌하다가 우리 쪽 십자포화 사선에 뛰어드는 바람에 진형이 다 꼬이고 다 뒤질 뻔했다고!"
최 선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씀 전사들의 선두가 악마 군단의 선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말씀 전사들이 휘두르는 투박한 도끼와 창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십자가의 빛이 악마들의 살점을 거칠게 찢어 발겼다. 체계적인 화력전을 준비하던 강 신부님의 거창한 계획은,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든 저 용감한 말씀 전사들 덕분에 시작부터 완전히 개판이 되어버렸다.
잠시 침묵하던 무전기에서, 갑자기 강 신부님의 핏대 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머저리 같은 개신교 따위에게 질 수 없지!!! 저 새끼들한테 정화(킬)수 다 뺏기겠다!!! 그냥 다 돌격이닷!!!!!!!!! 전군 돌격!!!!!!!! 돌격!!!!!!!!!!!$$

콰아아앙-!!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 신부님은 양손의 다연장 성수 로켓포를 냅다 갈기며 미친 듯이 선봉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등 뒤에 쇠사슬로 매달린 거대한 향로가 미친 듯이 요동치며 시뻘건 불길과 매캐한 유황 냄새를 뿜어냈다.
'아, 망했다.'
나는 컨트롤러를 쥔 채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전략이고 화망(火網) 구축이고 뭐고 다 박살 났다.
"우와아아아아!!"
내 주변의 5천 명의 목견들도, 그 미친 돌격 명령에 뭔가 씌기라도 한 것처럼 얼떨결에 함성을 지르며 사령관의 뒤를 따라 전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성적인 전술은 사라지고 오직 광기 어린 경쟁심만 남은 전장.
"이 미친 영감탱이가 기어이 노망이 났나!! 아아악!! 나도 모른다, 이 씹새끼들아!!"
최 선배 역시 입으로는 온갖 쌍욕을 내뱉으면서도, 묵주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긴 채 절벽을 뛰어내려 사탄의 무리를 향해 닥돌했다.
덩그러니 남은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태블릿을 조작했다. 간신히 띄워놓은 수십 대의 드론들을 '자동 추적 및 자율 교전' 모드로 전환하자, 드론들이 웅웅거리며 요격 궤도로 흩어졌다.
"성모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나는 울상을 지은 채 기관단총을 치켜들고, 그 끔찍한 아수라장 한가운데로 뒤늦게 발을 내디뎠다. 정신없이 비탈길을 내리달려 전장으로 뛰어들고 있을 때였다.
"안녕 미카엘~ 오랜만이야~"
내리 달려나가는 나의 옆으로, 누군가 무척이나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이 아비규환의 지옥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맑은 음성.
나는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단번에 알아챘다.
"마리아 수녀님?! 중학교 시절? 그, 그 수녀님 맞으세요? 아니... 왜 수녀님도 이 연옥의 개판 속에 계세요 ㄷㄷㄷㄷㄷ"
나는 반가우면서도, 너무나도 존경했던 수녀님마저 이 밑바닥 험한 연옥에 떨어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안타까운 어투로 소리쳤다. 수녀님은 빙긋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미카엘... 나는 지금 천국에 있고... 지금 너희들을 돕기 위해 연옥에 은밀히 현현(顯現)한 거야. 힘내고!! 같은 편이 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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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인사를 남긴 채, 수녀님은 사뿐한- 그러나 무서울 정도로 민첩한 동작으로 전장의 포화 속으로 스며들며 이내 나와 멀어졌다.
수녀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렇다. 수녀님의 복장은 거칠게 찢어진 수단이나 전투복을 입은 우리 목견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천국에서 왔다는 분이 후광이나 새하얀 천사 날개 따위는 달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저 여리여리한 체구의 수녀님 등에 매달려 있는, 저 무식하게 거대한 **'대물 저격총(Anti-Materiel Sniper Rifle)'**은 대체 뭐지??? ㄷㄷㄷㄷㄷㄷ;;;;;
타아아앙-!!!!
수녀님이 자리 잡은 고지대 방향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엄청난 저격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굵직한 빛의 궤적이 전장을 가로지르며 타락자 십여 마리를 그대로 꿰뚫고 증발시켰다.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감탄할 새도 없이, 나는 재빨리 사거리가 확보되는 능선 언덕 하나에 자리를 잡고 무릎 앉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악마들의 심장부를 향해 묵주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거칠게 당겼다.
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따...!
총구를 빠져나간 은빛 묵주알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악마들의 살점을 찢어발겼다.
그런데, 사격을 이어가던 중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나의 총통은 재장전이 필요 없었다. 방아쇠를 누르고 있는 손가락이 뻐근해질 정도로 수천 발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탄띠는 끊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탄창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계속 사격이 가능했다.
그때, 내 바로 옆 참호에 처박혀 힘겹게 빈 탄알집을 교환하던 최 선배가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이씨...!! 너 묵주알 아껴, 임마!!! 그렇게 막 쏘다 오링 나면 악마 새끼들한테 맨손으로 뜯겨 죽어!!!"
나는 적의 대가리를 조준하며 담담하게 사격을 이어가며 대답했다.
"선배, 탄약 많아요!!!! 엄청 많아요!!! 지상에서 기도 졸라게 열심히 했거든요!!! 제 것도 좀 쓰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어깨에 메고 있던 묵직한 탄통 하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 떼어내어 선배 옆으로 던졌다.
철푸덕! 진흙탕 위로 떨어진 것은 족히 오천 발은 들어있는, 은빛 기운이 터져 나갈 듯 가득 찬 육중한 묵주 탄통이었다.
최 선배는 바닥에 구르는 탄통의 압도적인 무게감과, 아직도 내 기관단총에 끝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탄띠를 번갈아 보며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깜짝 놀랐다.
"너... 너 정체가 뭐야!!! 무슨 기도를 어떻게 처했길래 탄약이 왜 이렇게 무식하게 많아???"
그러나 나의 든든한 탄약고와 상공을 장악한 드론의 화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황은 갈수록 절망적인 난전으로 치달았다.
100개 사단. 지옥에서 작정하고 긁어모은 그 압도적인 물량 앞에 우리 목견들과 악마(하이에나) 수천, 수만 마리가 진흙탕 속에서 뒤엉켰다. 사방에서 시뻘건 피와 검은 진물이 튀고, 찢어지는 비명과 포효가 전장을 뒤덮었다.
아무리 갈겨도 끝없이 몰려드는 적의 파도에 결국 우리 진형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방어선은 무너졌고, 어느새 나와 최 선배는 흩어진 부대원들과 동떨어진 채 분화구처럼 파인 참호 한가운데서 서로 등을 맞대고 완벽히 포위당하고 말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참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앞뒤 안 가리고 맹렬하게 닥돌했던 개신교의 말씀 전사들도 물량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용감하게 찬송가를 부르며 싸우던 그들 대부분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고, 그들이 들고 있던 십자가 부러진 창자루와 찢긴 넝마 갑옷, 흩어진 팔다리들이 전장 여기저기 참혹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저 멀리, 전장의 가장 깊숙한 심장부에는 강 신부님이 홀로 남아있었다. 수백 마리의 6급 악마들에게 첩첩이 둘러싸인 채, 그는 짐승처럼 포효하며 거대한 대향로를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그 끔찍한 연쇄살인마의 영혼(전술핵)이 든 캡슐을 등 뒤에 필사적으로 지켜내면서.
"크르르르..." "죽여... 빛의 개새끼들..."
사방을 에워싼 타락자들과 흉측한 하급 악마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참호 턱을 넘어 우리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방아쇠를 꽉 쥐며 외쳤다.
"선배!!! 아무래도 이제 끝난 것 같아요!!! 하지만 제 묵주 탄약 다 쓸 때까지는 절대 못 죽어요!!!!"
따다다따다따따따!!!!
나의 절규와 함께, 멈출 줄 모르는 기관단총이 다시금 성스러운 불을 뿜어냈다.
"이 시발것들아!! 와라, 다 와!!!!"
내 등 뒤에 딱 붙어있던 최 선배 역시 내가 던져준 5천 발짜리 탄통을 기관총에 물린 채 미친 듯이 사격을 퍼부었다.
퍼억-!!
하지만 그 순간, 사각지대에서 날아든 하급 악마의 시뻘건 도끼날이 내 옆구리를 무자비하게 찍어 내렸다. 우드득, 하는 불쾌한 파열음과 함께 내 영혼의 형태를 유지하던 배의 3분의 1이 디지털 데이터가 깨지듯 뜯겨 나갔다.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저 나를 찍어 내린 악마의 흉측한 턱 밑으로 총구를 밀어 넣고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따다당! 놈의 가슴팍에 여러 개의 묵주 구멍이 뚫리며 재가 되어 스러졌다.
"크헉...!"
등 뒤에서 선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팔뚝만 한 시꺼먼 악마의 뼈 가시가 최 선배의 어깨부터 가슴까지 관통해 있었다. 선배는 피를 토하듯 기침하며 비틀거렸다.
"이... 빌어먹을 벌레 새끼들이...!"
선배는 가슴에 가시가 박힌 채로, 입가로 피진물을 흘리면서도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한계였다. 다리가 풀린 최 선배가 결국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고, 기다렸다는 듯 굶주린 수십 마리의 적들이 개미 떼처럼 선배의 위로 덮쳐들었다.
"선배...!!"
나 역시 다가오는 다른 악마들의 창과 발톱에 여기저기 찔리고 짓밟히며 그대로 진흙탕 위로 고꾸라졌다. 거대한 발굽을 가진 악마 하나가 내 머리통을 사정없이 짓이겼다.
육신을 벗은 4차원의 영혼이었기에, 찢기고 밟혀도 이승에서처럼 끔찍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슬펐다. 너무나도 뼈저리게 슬펐다.
나는 내가 죽었을 때, 이곳이 그저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남은 죄악을 생명의 불로 고요히 태워 정결하게 만드는 '성스러운 감옥' 같은 곳일 줄 알았다. 따뜻한 빛 아래서 평화롭게 죗값을 치르는 곳일 줄 알았다.
그런데, 전쟁이라니. 악의와 진물, 쌍욕과 절망이 뒤엉킨 이런 끔찍한 전쟁이라니.
"전쟁이라니... 흑... 전쟁이라니......... 으아아악..."
진흙 바닥에 짓눌린 채, 나는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물론 악마의 발길질에 얼굴이 반쯤 함몰된 상태였기에, 내 두 눈에서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러내릴 수 없었다. 그저 망가진 영혼의 틈새로 새어 나오는, 소리 없는 오열만이 이 지옥 같은 전장 위로 허무하게 흩어질 뿐이었다.
... ... ...
.. ...
...


"타닥, 타다닥, 탁."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지독하게 건조한 기계식 키보드 소리였다.
이곳은 명동 성당 지하에 마련된 '연옥 부활자 대기실'. 전장에서 영혼이 한계치까지 손상되어 강제 귀환된 이들이 다음 육신(영체)을 복구할 때까지 대기하는 곳이었다.
함몰되었던 내 얼굴과 뜯겨나갔던 배는 이미 시스템에 의해 온전하게 복구되어 있었다. 나는 욱신거리는 환상통을 느끼며 자리에서 반쯤 몸을 일으켰다.
내 시선 끝에, 허공에 띄워진 반투명한 푸른색 시스템 창과 그 앞에서 열심히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는 날개 달린 자가 보였다. 머리 위에는 싸구려 형광등처럼 깜빡거리는 볼품없는 링을 이고, 눈 밑은 피로에 찌들어 시커먼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자.
천사였다. 그것도 가장 말단 직급인 '9품(하급) 천사'.
녀석은 내가 깨어난 것도 모른 채, 보고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시스템 창의 권한이 성당 망과 연동되어 있었는지, 녀석이 타이핑하는 홀로그램 글자들이 내 망막에도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 전투 평가 보고서 ]
발신 : 9품 천사 348292748
수신 : 성 미카엘 대천사 각하
제목 : 681 성모 마리아 보병사단 (성북동 구역)$$

어라? 우리 부대 얘기잖아. 나는 숨을 죽인 채 천사가 적어 내려가는 텍스트를 홀린 듯이 읽어 내려갔다.

$$1. 개전 초기 형제들은 주변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여 묵주 기관총으로 응사했습니다.$$

'(기민하게 반응은 얼어 죽을! 개신교 신자들한테 정화 수 뺏길까 봐 질투심에 눈멀어서 진형 다 깨고 닥돌한 거잖아! 시작부터 개판이었다고!)'
속으로 맹렬한 딴지를 걸고 있는데, 하급 천사의 키보드 타건음이 경쾌하게 이어졌다.

$$2. 그 대응으로 공세 준비를 하던 적 악마들은 큰 피해를 입고 후퇴하였습니다.$$

'(아니, 그건 개신교랑 가톨릭이 쌍으로 앞뒤 안 가리고 미친 듯이 닥돌하니까, 사탄 놈들도 '저 새끼들 뭐야 미친' 하면서 당황해서 엉겁결에 뒤로 좀 빠진 거잖아!)'

$$3.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대공세를 펼친 적 본진 또한 심각한 병력 소모를 강요당했습니다.$$

'(씨발... 준비가 안 된 건 우리 쪽인데요? 천사님? 100개 사단 쳐들어오는데 우린 5천 명이었다고요. 슬슬 구라 냄새가 진동을 하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텍스트는 내 복장을 제대로 터뜨리고 있었다.

$$4. 그럼에도 참호선까지 끝내 악마들은 도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용감한 형제자매들은 결코 후퇴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씹, 후퇴를 안 한 게 아니라 퇴로가 막혀서 짓밟히고 전멸당했는데요?! 내가 그 참호에서 내장 뜯겨가며 오열하다 왔는데!)'
천사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장 긴 문장을 화려하게 타이핑했다.

$$5. 거룩한 형제자매들의 투철한 지연전으로, 때마침 저희가 도착하여 이미 약화된 적 악마 부대를 포위 섬멸할 수 있었습니다.$$

'(와... 대박!!! 이 개새끼들, 지각해서 도착한 거 지금 덮으려고... 우리가 다 죽어가면서 시간 끈 걸 무슨 존나 잘 싸운 전술처럼 포장하시는 겁니까????? 와... 천사도 믿을 게 못 되네 ㄷㄷㄷㄷ)'
나는 턱이 빠질 듯한 경악 속에서, 이어지는 놈의 결론을 마주했다.

$$6. 이번 전투는 교본에 기록될 만큼 매우 모범적인 전개로 진행되었습니다. 인간군이 '모루'의 역할을 하여 굳건히 버티고, 저희 천사들이 '해머'의 역할을 하여 악마들을 전멸시키는 것입니다.$$

'(구라 보고 쩐다 진짜... 우리가 모루? 그냥 고기 방패였잖아! 굳건히 버틴 게 아니라 그냥 처맞다 갈린 건데!)'
하급 천사는 타자기를 부서져라 두드리며 장엄한 마무리를 지어가고 있었다.

$$7. 감히 섬상위 하느님께, 당신의 거룩한 모상들의 빛나는 전공을 한 치의 가감 없이 진실히 보고드립니다. 8. 저는 일개 천사로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인간의 두려움도 용기다!!!$$

'(무섭다고욧!!!!!!!! 늦게 왔잖아욧!!!!!! 다 죽고 나니까 이제야 와서 숟가락 얹고 명언 날리는 거 보소!!!!)'
나는 당장이라도 침상에서 뛰쳐나가 저 망할 놈의 링을 박살 내고 싶었지만, 영혼의 에너지가 채워지지 않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천사는 경건하게 손을 모으며 키보드의 엔터키를 경쾌하게 내리쳤다. 타앙-!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아멘은 개뿔..."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 사이로 작게 욕설을 씹어 삼켰다.
성스러운 천국도, 완벽할 줄 알았던 천사들도 결국 다 이승의 썩어빠진 관료제 놈들과 똑같았다. 지각해서 생긴 대참사를 화려한 미사여구로 덮어버리는 저 역겨운 보고서를 보며, 나는 연옥 청소부로서의 두 번째 빚 갚기가 훨씬 더 지독하고 험난해질 것임을 직감했다.
"두고 보자, 깃털 달린 공무원 새끼들아..."
연옥의 탄피는 아직 식지 않았다. 나의 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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